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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마인탐정 네우로) 소장하지 않은 만화 중에서 제일 다시 보고 싶은 만화

구구주녀 2012. 3. 6. 01:11

마인탐정 네우로 
Yusei Matsui 지음 | 오경화 옮김 | 서울문화사 | 2006 06 25 출간 

 

수수께끼 먹으러 인간세계로 내려온 마인 네우로가 카츠라기 야코를 탐정으로 내세우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수수께끼를 잡아 먹는다는 설정으로추리물을 표방한 만화. 대부분 트릭은 독자에게 힌트를 주지않고, 마계777도구라는 특수한 도구를 사용하여 조사하고, 마력으로 범인이 실토하게끔 만들어 해결한다. , 표방만 했을뿐 추리물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아예 대놓고 1권 후기에 이런 점을 밝히고 있다.

"
추리팬이 아닌 사람의 대부분은, 범인을 감으로 맞추려고 한다고 하죠. ...... 저도 그렇습니다. 부디, 이 작품을 읽으실 때도, 범인을 감으로 맞추시고, 사건 설명을 띄엄띄엄 읽어주세요. ...
실은 이거...... 추리물의 껍데기를 쓴 단순 오락만화입니다"  


 
그러나 작가의 말은 사실 거짓말이다. 추리물의 껍데기를 쓴것은 맞지만, '마인탐정 네우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적어도 나는 모든 , 조연급 캐릭터가(심지어 일부 단회성 캐릭터 역시) 모두다 입체적인 인물- 비록 입체의 깊이가 심오하지는 않더라도 - 만화는 본적이 없다. 그런 소설이나 영화 역시 본적 없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한두명도 아니고 모든 인물의 감정과 감정의 변화, 그에 따른 성격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한단 말인가? 스토리를 별나라로 보내지 않고 이런 표현이 가능한가?

 
마인탐정 네우로의 등장인물들은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인공은 강한 식탐 한명(?) 수수께끼에 대한, 다른 한명은 음식에 대한 으로 뭉쳐져 있고, 사건의 범인 들도 결국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주인공의 욕망, 식탐이 매우 단순한 반면, 범인들의 욕망은 오히려 고차원적이다. 다만 욕망의 발산이 삐뚤어져 범죄를 저지른다고나 할까? 결국 삐뚤어짐 없는 순수한 욕망을 지닌 주인공들, 그리고 Xi 등의 입체적 인물들이 작가가 진화라고 부르는 형태의 입체성을 보여준다. 결국 작가는 욕망이라는 하나의 축을 통해 추리물이라는 껍데기를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스토리를 흔들리지 않게 유지해 나간다. 


 

        <작가가 말하는 욕망과 진화>


초반의 스토리는 4권을 넘어가는 순간 어디 갔는지 알 수 없는 유유백서, 공포물로 시작해서 갑자기 뜬금없이 그린Green 정책을 지지하며 끝나는 기생수, 연재 내내 히카루와 아카리의 대결을 강조했지만 끝끝내 대결없이 마무리되는 고스트 바둑왕스토리의 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인기에 따라 연재가 결정되는 일본 만화 시스템 - 소년챔프의 시스템 - 에서도 마인탐정 네우로는 욕망을 내세워 스토리의 축을 흔들림 없이 잡는다.

 
 이러한 안정적인 스토리는 작가의 노력에 기인하기도 하는데, 작품 후기에서 작가는 1, 2, 3, 7, 10, 20권용 스토리를 완성해놓았다고 밝혔다. "1, 2, 3, 7, 10, 20권용 스토리를 짜서, 어떤 단계에서든 최대한 책임 있는 방식으로 끝을 맞이할 수 있도록 대비해 놨습니다. 그리고 도달한 것이 최장(거의 막연한 정도로밖에 생각해두지 않았는데) 20권 계획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으로 마인탐정 네우로는 상업적이면서도 인상적이고, 또한 통일성 있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추리물이라는 다소 전형적이면서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한 틀 속에서도 지루함을 잃지 않게 만드는 또 다른 장치는 그림 구성이다. 작가는 복잡한 설명을 명쾌하게 한 두컷으로 그려내는 재주가 있다. 대부분의 사건이 트릭성 사건이지만 너무 심각하게 추리물 형태로 끌려가지 않으며, 오히려 유머있게 마무리 짓는다.



         <귀찮고 지루한 설명은 이렇게 한 컷으로 끝내버리는 재주가 있다>

 

 
또한 작가의 그림은 마인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많은 현대미술을 차용하고 있는데, 한 회에 한두 번씩은 꼭 르네 마그리뜨, 피카소, 브랑쿠시, 미로의 작품을 본딴 그림을 볼 수 있다. 물론 작가가 미술을 전공했거나 심오한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다만 세부적인 설정을 위해서도 노력을 참 많이 하는구나 하는 느낌은 전반적으로 받는다. 실제로 작가 인터뷰에서 작가는 마인탐정 네우로 연재 이전에는 페인팅에 관심이 없었으며, 연재를 위해 명화들을 보기 시작했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작가가 좋아한다는 Rei Kamoi 그림>

안정적인 스토리축 탄탄하다고는 말은 못하겠지만 –, 한 컷으로 묘사되는 그림의 구성, 그리고 군데 군데 보이는 수많은 섬세한 노력! 최고로 재밌지도 않고, 최고로 흥미롭지도 않고, 최고로 그림을 잘그리지도 않았고, 최고로 멋진 캐릭터를 보여주지도 않고, 작품성이 뛰어나지도 않은 상업만화이다. 그럼에도 모든 부문에서 균형있게 높은 점수를 줄만한 작품. - 결과적으로 내가 소장하지 않은 만화 중에서 제일 다시 보고 싶은 만화이다.




그림, 구성   8.5 / 10
스토리        8.0 / 10
재미           7.5 / 10
캐릭터
       8.0 / 10













, 2009 부터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는 같은데 일본어를 모르는 관계로 찾기가 힘드네요 ㅠㅠ 뭐라도 연재한다면 바로 바로 번역 출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 ㅠㅠ

덧덧,  맨 마지막권에 나오는 
속편 예고 그림만 보고 속지 말 것. 저자 후기: 앞 페이지의 속편 예고는 새빨간 거짓 예고이지만 언젠가 다시 네우로와 야코 콤비를 보게 되실지도 모릅니다